
우리는 업무의 효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희생한다. 메신저와 이메일만으로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한 대의 모니터를 공유하며 머리를 맞대는 '협업'의 현장. 하지만 그 협업의 도구였던 모니터는 때로 가장 잔인한 진실을 폭로하는 단두대가 되기도 한다. 팝업으로 스쳐 지나간 동료의 메신저 대화창, 그곳엔 나를 제외한 부서원들이 견고하게 쌓아 올린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나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이 실시간으로 흐르는 그 '비밀의 방'을 목격한 순간, 기획자의 자존감은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입지 없는 자의 비겁한 자가당착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그 혐오의 현장을 목격하고도 입을 닫아야만 하는 나의 '무력한 위치'였다.개발 실장에게조차 무시당하는 현재의 입지는 나를 피해자가 아닌 '목격하지 말았어야 할 침입자'로 규정했다. 2025년의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3명은 신분 노출이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대응'을 선택한다. 나 역시 그 30%의 통계 속에 숨어, 우연히 팝업을 본 내 눈을 탓하며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해야만 했다. 정당한 항의를 하기엔 내가 조직에 기여하는 '실체적 가치'가 너무나도 빈약했기 때문이다.
혐오의 대상이 된 기획자의 도덕적 해이
동료들의 증오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업무적 예의를 갖추지 않았던 그들이었기에 인간적인 기대를 버린 지 오래였으나, 그들이 내뱉은 '영원한 증오'의 밑바닥에는 기획자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었다. 파편화된 스토리보드와 실체 없는 '이메이전트 기획'으로 개발자들의 리소스를 갉아먹으면서도, 정작 팝업 기능 하나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무능함이 그들의 비난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동료들이 나를 '동료'가 아닌 '제거해야 할 장애물'로 취급하며 단체 대화방에서 배제한 것은, 어쩌면 내가 쌓아온 가짜 커리어가 자초한 인과응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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