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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웹서비스기획자의 일상

비주류의 운명, 그리고 점심밥 한 그릇

by 심리인 202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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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의 성비는 7:3이었다. 7은 특정 성별이었고, 3에 속한 나는 자연스럽게 비주류였다. 누군가를 명시적으로 배척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끼리의 이야기가 흘렸을 뿐이다. 업무 그룹채팅 말고, 또 다른 그룹채팅이 있었다. 거기선 업무도, 사적 이야기도 오갔다. 공식 채널에선 팀장이 "모두에게 공유하세요"라고 했지만, 실제 결정은 그곳에서 먼저 이뤄졌다.

내가 배제된 걸 문제삼을 명분은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이면 그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가끔은 이야기도 걸어왔다. "기획자님, 점심 뭐 드실래요?" 그 한마디가 그날의 위안이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다른 배제를 겪고 있었다. 팀장이 "회의에 참석하라"고 하면서도, 공유 대상에서 나를 빼먹었다. 동료가 "어제 오후에 팀장님이 그렇게 결정하셨는데요?"라고 말할 때면 나는 그 '어제 오후'가 언제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의 그룹채팅은 조직의 음양오행이었다. 나는 그 체계에 없는 '고독한 천간'이었다.

퇴사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다른 회사에서 겪게 될 '전면적인 배제'에 비하면, 이 정도는 별것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곳에서는 점심밥도 먹지 못했다. 단체방 초대 자체가 없었다. 나중에 들으니 여기서 몇 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 '별것 아닌 배제'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점심을 같이 먹어주는 동료 하나가 있었기에, 나는 '전면 배제'라는 최악의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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