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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웹서비스기획자의 일상

나의 Self-Efficacy 0%, 그리고 그의 Social Capital 100%

by 심리인 2026.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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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감(Self-Efficacy)은 주눅들 때마다 감소했다. 개발자가 회의에서 "이건 기획자가 영향 범위 파악해야죠?"라고 하면, 나는 모니터 뒤로 숨고 싶었다. 

부서장에게 "왜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물어보냐"는 면박을 들으면, 그날 저녁까지 Slack 메시지를 못 썼다. 원체 사회성이 없는데, 평판까지 안 좋으니 나는 소심하고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Persona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Negative Feedback Loop였다. 실패 → 자신감 하락 → 성과 저하 → 더 많은 실패.

그 사람은 다르게 시작했다. 경력입사자로 대리 직급으로 들어왔다. 서비스 기획 경력은 없었지만, 사회생활 경력으로 대리였다. 

그의 첫 움직임은 Alliance Building이었다. 부서 내 아군이 없으면, 현업 부서의 사람을 포섭했다. 메신저로 개발자를 끌어들였다. 기

획안이 별로여도, 개발자가 "알아서" 만들어줬다. 왜? 그가 쌓은 Social Capital 덕분이었다.

개발자도 사람인지라, 가리는 게 있었다. 나에게는 "영향범위 파악해오세요"라고 했지만, 그에게는 "네가 보기엔 어때?"라고 물어봤다. 차이는 단 하나. 나는 '요청자'였고, 그는 '파트너'였다. 

나는 티켓으로 대화했고, 그는 점심 먹으면서 대화했다. 나의 인풋(Input)은 요구사항 문서였고, 그의 인풋은 공감과 배려였다.

일과 삶의 경계(Boundary)도 완벽했다. 그는 야근은 절대 안 했다. 정시퇴근을 원칙으로 했다. 부서장이 쓴소리를 한 날에도, 무조건 퇴근 버튼을 눌렀다. 아쉬운 소리에 깊이가 있다 싶으면, 다음날 돌연 연차를 썼다. 이것이 Psychological Safety의 극대화 전략이었다. 

"나는 회사일이 내 인생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오히려 부서장은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Bluffing이 아니라, Commitment였다.

부서장과 언성을 높이며 싸울 수 있는 기개도 있었다. 나는 팀장에게 면박당하면 그날 밤 잠을 못 잤다. 하지만 그는 "말씀하신 방향으로 진행하면 리소스가 부족해집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부서장은 "알았어"라고 받아들였다. 이것이 Negotiation Power의 차이였다. 

그의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는 "그럼 제가 나가겠습니다"였을지도 모른다. 나의 BATNA는 "그럼 제가 나가겠습니다... 하지만 나갈 곳이 없습니다"였다.

그의 OKR에는 "조직 내 Network 확장"이 있었고, 나의 OKR에는 "어드민 효율성 개선"만 있었다. 조직은 KPI와 OKR을 모두 평가하지만, 결론을 내릴 땐 OKR보다 Network Effect를 더 높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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